

Huraian
연구실에서 밭으로, 철학에서 생활로 머리에서 마음으로, 이론에서 삶으로 지리산 끝자락, 악양 산기슭의 햇살 좋은 언덕에 깃든 지 어언 20여 해. 낮에는 밭을 일구고, 밤에는 글을 쓰는 주경야필(晝耕夜筆)의 삶을 이어온 지도 오래다. 퇴직 후 오롯이 이곳에 머문 세월만도 벌써 12년째다. 이 책은 ‘편’(아내를 부르는 호칭)과 함께 작은 별서 길뫼재를 일구어 온 여정의 기록이다. 길뫼재 일지 중 이번에는 2007년 여름부터 이듬해 여름까지, 다섯 계절의 숨결을 따라 쓴 이야기를 모았다. 길뫼재 언덕에 서면, 섬진강은 아득히 흐르고, 해가 기울 무렵 형제봉 신선대 너머로 물드는 산등성이가 가슴 깊이 파고든다. 그 풍경이 있어, 필자는 여전히 이 언덕을 떠나지 못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