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uraian
'현대시세계 시인선' 44권. 대전에서 발행하는 시 전문 계간지 「시와경계」 부주간이자 「디카시」 주간인 최광임 시인이 10년 만에 펴낸 두 번째 시집. 이번 시집은 "대체로 인생론적 진실을 탐구하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표지 뒷글을 쓴 오세영 시인은 말하고 있다. 또한 정한용 시인은 갖은 레시피로 채워진 '요리시집'이라 부를 만하다고 말한다. 도요새를 요리하거나 돼지 족을 쪄내는 정도는 기본기에 속한다. 교묘한 솜씨로 산수유꽃을 '카레'로, 휴일을 '생선'으로 순식간에 바꾸기도 한다. 심지어 노모의 손가락을 '호박오가리'로 만들고, 야생의 밤을 주물러 '둥글게' 빚더니, 급기야 사랑까지도 '한 잔 소주'로 발효시킨다. 세상 모든 사물들이 부질없이 흘러가고 무질서하게 흩어지지만, 그에겐 이것이 재료가 되고 양념이 되면서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나게 한다는 것이다. 최광임 시인의 시들은 욕망과 그 좌절의 기록으로 요약된다. 이때, 좌절된 욕망은 허무로 치닫지 않고 오히려 웃음과 아이러니를 바탕으로 현실에서 가볍게 날아오르며 상승하는데, 이 힘 또한 최광임 시의 특징이다. 절망의 높낮이를 조절하며 그 상승의 높이를 찾아가는 그의 시편들은 한편으론 가볍고 한편으론 너무 무거우며, 또한 경쾌하고 또한 침울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