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uraian
구부러진 채로 녹슨 못을 보면 덜컥 겁이 날 때가 있습니다. 가까이 하기에는 께름칙하고 마냥 두기에는 누군가 다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에. 땅속에 있는 못은 처음부터 구부러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담금질을 통해 매끈한 몸통과 온전한 머리를 지닌 채로 세상의 빛을 봤을 겁니다. 어떤 곳에 쓰임새가 있을지 모르는 마음으로 세상에 나온 못은 장도리에 머리를 움푹 패이기도 하고, 조심성 없이 던져져 다른 못들과 다름없이 흔히 보이는 못으로 존재해 왔을 테죠. 사람도 그렇지 않을까요. 내 마음의 방향과는 상관없이 깨지고 구부러지고 나동그라지면서 원래 가진 색을 점점 잃어가는 걸지도요. 다만, 구부러질지언정 본래 가졌던 의지만큼은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거친 풍파가 들이쳐도 내내 버틸 수 있게 말입니다. 이번 시집 ‘못’을 쓰면서 어쩌면 저 또한 수없이 담금질을 해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구부러질지언정 의지만은 꺾이지 않은 그런 못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