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글한 자주 열매 (장기숙 단시조집)

Yazar
장기숙
Yayınevi
고요아침
Yayın tarihi
20241115
ISBN
9791167242204
ISBN kayıt bölgesi
Güney Kore (ISBN 979-11)

Açıklama

필요 이상의 말을 하지 않는 겸손과 미학 장기숙 시인의 단시조집 시는 모든 것에 대해 온갖 수단을 동원해 끝까지 말하려 한다. 그러나 우리의 언어는 늘 부족하고 도달하지 못하니, 리듬으로 그 뜻을 전하려 하나 오히려 그 리듬의 부족함이 사람의 마음을 흔든다. 바로, 단시조가 그렇다. 이번에 장기숙 시인은 은유로 세계를 쥐어짜고 판단하기보다, 필요 이상의 말을 하지 않는 겸손과 미학을 선택했다. “손가락 걸고/ 시치미 뚝 떼는”(「천 번의 약속」) 일보다는 우리 일상의 짧은 단면만 보여준다. 이 단면이 곧 세계상(world picture)인데, 이번 장기숙 시인의 단시조집에서 우리는 “산수유 가지 끝에 짜글한 자주 열매”(「봄, 빈 젖 같은」)처럼 아름답지만 처연한 슬픔과 단순하지만 여운 오래 가는 삶의 기쁨을 확인할 수 있다. 더욱이 시인은 없는 것을 지어내기보다는, 목적 없이 스스로 합목적성을 유지하고 있는 “내 맘 따위 섧든 말든” “모란꽃/ 잎새만 남긴 채”(초록 발자국) 꽃이 피고 지는 세계와 시인의 눈을 찔러 들어오는 푼크툼(punctum)으로서의 이미지들을 하나씩 받아-적고 있다. 적어도 시인이 보는 이 세계는 “크낙한 잉크 우물”(「가을도감-하늘」)이 가득한 세계이자, “까맣게 오그라져/ 꼬들꼬들 마른 채// 나의 몸/ 깊은 속까지/ 똬리 틀고 들앉”(「상강 무렵 문득」)은 꽃이 가득한 세계니, 그저 부럽기만 하다. ─ 김남규 시인